나의 흡연 해방 일지 1일차, 금연 클리닉 방문 후기와 금연약 처방 1일(바레니클린) 니코챔스 복용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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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흡연 해방 일지 1일차, 금연 클리닉 방문 후기와 금연약 처방 1일(바레니클린) 니코챔스 복용 후기

by 시간박살 남의리뷰 2024.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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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 흡연으로 결정된다고?

 
나는 흡연이 너무 좋았고 가끔 그렇게 찬 겨울에 한숨을 내쉬면서 뽀얀 연기를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인생의 낙이라 여겼다. 나에게는 금연이라는 것을 해야 할 이유는 단 한가지도 없었다.
 
이 좋은 아이템을 왜 사람들은 끊으려 하는 것인가?
 
삶과 죽음은 하늘에 달려있는데 말이다.
 
나의 큰할머니는 '장미'라는 담배를 하루에 3갑도 넘게 피웠는데 무려 만 100세를 채우시고, 나라에서 선물도 받으시곤 자는 중에 조용히 잠결에 먼 곳으로 돌아가셨다. 술도 엄청나게 드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할머니 방에 진동을 하던 그 냄새가 바로 술냄새였다.
 
여기서 우스운 사실은 이 큰할머니의 남편이신 나의 큰할아버지는 만 30세라는 젊은 나이로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점이다. 이게 나에게는 삶과 죽음이 하늘에 달려있다고 중얼거리게 된 이유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흡연', '음주' 이런건 내 삶의 길이를 결정하는데 그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합리화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도파민이 뿜어져 나오는 '현재'에 대부분을 투자했다.
 
그래서 대부분 나의 주말은 술에 취해 쩔어있거나 줄담배의 연속이었다.


아빠가 자꾸 넘어지기 시작했다

아빠는 테니스, 골프, 등산 등 못하는게 없는 만능 스포츠맨이었고, 부산에서 공무원 4급으로 은퇴한 고위공무원으로 올바른 생활에는 도가 튼 사람이었다.
 
그런데 한 3년 전부터는 자꾸 다리가 아프다더니 이제는 어깨가 한쪽만 아프고, 가끔 집에 오면서 넘어지는 일이 많아졌다.
 
삶과 죽음이 하늘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호날두 같은 아빠가 별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50에 당뇨 판정을 받고 각종 식단 조절과 엄청난 운동량으로 거의 완치에 가까운 결과를 냈으니 말이다.
 
항상 아빠는 내게 걱정할 필요 없는 큰 산이자 멋진 별이었다. 이 사람이 쓰러지거나 죽을 일은 절대 없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자꾸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자주 앞으로 넘어지기 시작했다. 본인은 다리가 아픈거라며 병원에 가지 않을 태세를 잔뜩 취했지만 우리 가족들은 강제로 끌고가기로 결심했다.


아빠 머리에 커다란 호두가 들어있다

뇌종양.
 
삶과 죽음이 하늘에 달려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사는 우리 아빠의 MRI 필름에 커다란 호두가 보인다.
 
아빠의 그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뇌종양이 들어 찬 이유는 뭘까? 아빠는 꼴초 중에 상꼴초였다. 아침에 한대, 밥 먹기 전에 한대, 밥 먹고 한대, 운동 전 한대, 운동 후 한대, 자기 전 한대.
 
아빠는 모든 행동의 전, 후 흡연이 항상 함께했다. 진짜 담배가 원인일까? 나는 최소한을 아빠와 시도하기로 결심했다.
 
적어도 그 좋은 뽀얀 연기로 더이상 아빠의 머릿 속의 호두가 커지지 않도록 결심했고, 부자의 동반 금연은 불가피했다.
 
건강에 대해 관심이 아주 높아졌고 내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온통 금연, 건강에 관한 것들이 주를 이루기 시작했다.


생금연 4시간만에 실패

담배를 20년 넘게 피워온 내가 금연을 결심하는데에는 약 일주일 정도. 생으로 금연 해보자는 마음에 시도한 도전은 무려 4시간만에 종료되었다. 
 
1시간째 금단 현상은 금새 가라앉았지만, 2시간 부터가 고역이었다. 도무지 일에 집중 할 수 없었고 이후 4시간을 향해가는 시간 내내 피우지 말자는 되새김만 하다가 하루가 끝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냥 피워버렸다.


금연약 처방

담배를 딱 끊는건 어렵다고 무릎끓었고, 그렇다면 피우면서 끊을 수 있는 방법이 뭘까하고 현실적으로 고민하던 차에, 병원에 방문해 의사를 만나고 처방을 받으면 받을 수 있는 금연약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 처절한 금단현상을 버텨내기 위해 금연약 처방을 받으려 내과에 방문했다. 바레니클린이라는 성분의 약인데 예전엔 '챔픽스'라는 이름으로 불린 이 금연약은 지금은 국산인 '니코챔스'라는 카피약으로 처방이 된다.
 
안좋은 성분 때문에 이제는 '챔픽스'가 처방되지 않는다고 한다.

니코챔스

3일간은 하루에 한 알, 이후 4일간은 아침, 저녁으로 한알씩 총 두알을 먹는다. 니코틴이 도파민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한다던가? 일단 오전에 한알을 먹어봤다.


 

금연약 부작용?

금연약의 부작용으로 대부분 악몽, 속쓰림 등을 이야기 하는데 한 알을 먹어서인지 딱히 부작용을 느낄 수는 없었다. 처음 한 알을 섭취하고 나서 1시간 내에는 별 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3시간쯤 지나서 좀 다른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담배가 맛이 이상하다

내가 피우는 담배는 에쎄 체인지 4mg로 요즘 나오는 담배치고는 니코틴이 고함량인 제품이다. 금연약인 니코챔스를 복용후 세시간 가량 지났을까? 담배 맛이 바로 이상해졌다.
 
체인지 캡슐을 깨물면 멘솔향이 아주 강한데, 아무리 강하게 흡입해도 말보로 레드와 같이 텁텁한 맛이난다. 말보로 레드에게 실례인가 싶어 다시 한 번 더 설명하자면, 내가 알던 그 맛 좋던 담배가 아니게 되었다.
 
챔픽스, 니코챔스 등의 금연약의 금연 성공률은 30%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대부분 둘로 나뉜다고 한다. 그 전의 담배 맛을 느끼기 위해 약을 끊는 사람과 그대로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
 
후자가 되기 위해 일단은 의사의 처방을 믿고 앞으로도 이 맛 없는 담배 맛이 유지 될 수 있도록 나의 흡연 해방일지를 작성해보려 한다. 나와 같이 금연약 처방을 받고 최소 6개월을 노력하실 분들을 위해. BRAVO
 
나에게는 이제 삶과 죽음이 하늘에 달려있으면 안된다. 그 멋지던 나의 별 아버지는 또 한번 극복 할 것이고 그 누구나 한다는 금연은 기본이니 꼭 같이 성공하기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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