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추리 게임 추천! 텍스트 기반의 경찰 게임 리갈던전 리뷰!

STEAM 플랫폼에는 무수히 많은 인디게임들이 존재합니다. 리갈던전(Legal Dungeon)도 그 중 하나죠. 빠른 액션과 종횡무진 화면이 바뀌는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텍스트 기반의 추리 게임입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대부분의 내용이 대한민국의 수사, 법정의 실화가 담겨있고, 특히 제가 경찰 공부를 하던 몇 년 전에는 교육용으로 써도 될법한 내용이 다수 들어있죠. 경찰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이 게임이 좋은 트리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경찰공무원을 준비중인데 가끔 공부에 지친다면 이 게임을 한 번 해보세요. 판례 다 외워집니다.

 

 

1. 기본정보

• 제작 : 소미
• 배급 : 소미
• 등급 : 12세이상 이용가
• 출시 : 2019.05.07
• 가격 : 7,500원
• 플랫폼 : Windows, Mac, Switch (STEAM)

 

2. 요구 사항

• 운영체제 : Window XP, Vista, 7, 8 or above
• 프로세서 : 1.6Ghz
• 메모리 : 2GB
• 그래픽 : Supports 1280 * 720 resolution
• 저장공간 : 255MB 사용 가능 공간

 

 

3. 텍스트 진행

이 게임은 텍스트 기반의 게임입니다. 별도의 액션 장면이나 역동적인 그래픽은 없습니다. 나중에 범인(피의자)와 심문을 진행할 때가 가장 스펙타클하죠.

형사정보시스템을 이용하여 실제 경찰이 서류 업무를 하는 게임입니다. 현직에 있는 제 경찰 친구들도 이 게임의 진행에 대해 극찬했습니다. 동시에 실제로 일하는 것 같다며 놀라워했죠. 제작자는 마치 전직 경찰이라도 되는 듯 실감나게 현실을 단순한 게임으로 표현했습니다. 독특한 인터페이스죠. 컴퓨터 화면 속의 컴퓨터로 표현해두었으니까요.

 

실제 대한민국 경찰은 범인을 잡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잘 잡아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의자가 죄에 맞는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수사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그게 바로 이 게임 안에 모든 요소로 가미되어있죠.

 

퍼즐 형태의 게임이기도 합니다. 플레이어는 고소장을 받고 의견서를 써야하는데, 적절하게 드래그 앤 드롭으로 맞춰 넣어야 게임이 진행됩니다. 글만 잔뜩 있어서 어려워보일 수도 있지만, 느긋하게 쳐다보면 모든 답이 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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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짭새사건

이 게임의 또 놀라운 점은 바로 이겁니다. 제가 공부하던 때 실제로 봤던 형사 판례죠. 이 게임의 첫번째 에피소드이자 아이덴티티 그 자체를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이 사건이 무슨 내용이냐면요? 경찰관 6명이 모인 자리에서 A씨가 "야이 짭새야"라고 한 사건으로, 형법 상 '모욕죄'로 기소 된 사건입니다.과연 이 사건 유죄일까요? 무죄일까요? 짤막하게 상식 하나 알고 가시죠.

 

이 게임은 형법을 조금만 알아도 굉장히 재밌습니다.

 

 

5. 형법 제311조(모욕)

제311조(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형법 상 모욕죄는 위 글에 적힌대로 성립해야합니다. 중요한 포인트가 2개가 있죠.

1. 공연히
2. 모욕

 

1) 공연히

이 죄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대일 대면해서 모욕한 것 만으로는 죄가 성립이 안되죠. 이 사건에서는 경찰이 6명이나 있었죠?

 

2) 모욕

짭새라는 표현은 욕설에 해당할까요? 물론 욕설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여러 사람이 보는 장소에서 '짭새'라고 욕을 했습니다. 유죄가 될까요? 조금 더 게임을 진행해보면 좋습니다.

 

모든 의견서를 다 작성하고나면 이 죄를 지은 플레이어와 '심문'이라는 이 게임의 유일한 액션씬을 볼 수 있습니다.

 

 

6. 피의자 심문

6.1) 짭새라고 했는지 자백할 것

짭새라고 했는지 대한 자백을 받아내자

수사에서 '자백'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모욕죄를 범한 상대가 자신이 한 "짭새야!"를 자백 시켜야 합니다. 그러면 보드 게임의 체스판 위에 도트 형태의 캐릭터들이 서로 칼과 방패를 쥐고 싸우는 모습으로 연출되죠.

 

 

 

6.2) 짭새가 모욕의 표현인가?

짭새는 모욕의 표현이 맞다고 했다

결말을 미리 말씀드리면 '짭새'는 모욕의 표현이 맞습니다.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리는 경멸적인 표현이죠. 실제로 대한민국 경찰도 이 당시 기소의견으로 넣었습니다.

 

★기소의견, 불기소의견 : 피의자가 기소를 받으면 피고인이 됩니다. 경찰은 검찰에게 이 사람을 기소할지, 아니면 기소를 하지 않을지(불기소) 의견을 제출합니다.

 

 

6.3) 전파가능성

전파가능성?

법률 용어가 말이 어렵습니다. 전파가능성이라는 건 무얼 뜻하는 걸까요? 쉽게 말해서 모욕의 내용이 널리널리 퍼질 가능성이 있느냐? 라는 말입니다. 이 사건은 당시 6명이나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이 내용이 퍼질 것이라고 생각했겠죠.

 

여기 이 심문 상황에서 이 게임의 진가가 발휘됩니다. 플레이어는 실화와 다르게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아까 위에서 언급한 기소의견, 불기소의견에서 갈리죠. 피의자가 유죄를 받아서 나의 성과를 올릴지, 아니면 공정한 법 해석을 하고 정의를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결말에서 보면 쉽습니다.

 

7. 결말

첫 에피소드 짭새 사건의 결말은 법알못들이 보기에는 다소 의아한 판결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히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경멸적인 표현을 했는데요. 이 사건은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무죄 판결을 받은 짭새사건

짭새는 욕이고 경멸적인 표현인데도 무죄를 받은 이유는, 같이 있던 6명의 사람들이 '경찰관'이기 때문에 공연성이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경찰관들끼리 스스로를 짭새라 부르고 다닐 이유가 전혀 없다는 말이죠. 심지어 경찰서 내부에서 벌어진 일로, 일반인이 듣지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움짤을 보면 마지막에 최종 결론 일치, 정확한 법집행 상승이라고 뜹니다. 그러나 성과등급은 하락하죠. 이유가 뭘까요?

 

 

8. 선택

아까도 언급했던 기소와 불기소의견 제출이 바로 플레이어의 선택입니다. 피의자가 짭새라고 6명의 경찰관 앞에서 모욕한 것은 맞지만, 전파성이 없기 때문에 불기소의견으로 했다면 정확한 법집행 등급이 상승하지만, 이 사람을 처벌하지 못 했기 때문에 성과는 떨어집니다. 

 

다른 결정으로 이 피의자를 기소의견으로 제출 했다면 성과는 올라갑니다. 검찰이 나의 의견대로 기소를 했기 때문이죠. 이 게임의 개발자인 '소미'는 전작인 레플리카때부터 굉장히 철학적인 요소를 많이 넣어두었습니다.

 

게임이라는 재밌는 도구에 현실의 딜레마를 잘도 심어둔 천재 개발자죠. 앞으로도 저는 이 개발자의 게임은 모두 해볼 생각입니다. 시간이 남고 평범한 오후 경찰 시뮬레이션 게임 리갈던전을 한번 플레이 해보세요!